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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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어 흑+말
-그의 이야기- 갑자기 지하철이 멈췄다. 조명도 들어오지 않아 암흑이 찾아왔다. 주머니 속 핸드폰을 찾아 켜보았지만, 낮에 화장실 변기에 빠트린 이후로 핸드폰은 켜지지 않았다. 어쩐지 오늘 하루는 참 재수 없는 날이 될 것 같더라니. 이런일이 다 생긴다.한 10분정도가 지났을까? 저 멀리 희미한 빛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빛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어느 정도 다가가자 커다란 개가 나를 향해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놀라 비명과 함께 뒤로 넘어졌다. 큰 개 뒤에 누군가도 놀랐는지 지하철이 들썩거렸다. 한시간 정도가 더 흘렀을까? 드디어 지하철에 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LCD 안내판은 여전히 다음 정거장을 가르키고 있기만 할뿐, 움직이지 않았다. 인천 지하철 2호선이 무인선이라고 동네방네 자랑..
2018.07.16 -
한발 물러나 바라보기
우연한 기회로 '스포트라이트'를 보게되었다. 2002년 보스톤 천주교 사제단의 아동 성범죄 폭로를 다룬 실화에 기반한 영화였다. 마치 기사를 읽는 듯한 구성과 등장인물 개개인이 아닌 '스포트라이트'팀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에 몰입하게 만드는 연출이 인상 깊었다.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꼽자면 마이클(마크 러팔로)와 개러비디언(스탠리 투치)의 대화였다. 포루투갈계의 마이클과 에스토니아계인 개러비디언, 그리고 외부에서 온 편집장 마티와 같은 외부인이야 말로 닫힌 사회의 병폐를 제대로 보고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었다. 이는 극중 추기경이 자신 역시 한때는 '참견쟁이 외부인'의 취급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사람은 모두 그렇다. 혼자서는 살 수 없기에 사회, 단체, 시스템에..
2018.04.30 -
나는 ‘열심’이란 단어와 맞지 않는다.
대학교 때 뉴미디어를 활용하여 무언가를 기획해 보는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대부분 스마트폰을 활용한 앱을 기획했고, 나 역시 그랬다. 내가 기획했던 앱을 간단하게 소개해보자면, 일종의 목표 달성 앱이었다.[일정 금액의 예치금을 걸어놓고, 목표를 설정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정해놓은 기간 안에 달성하면, 예치금을 돌려받음과 동시에 소정의 포인트를 얻게 된다. 하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한다면 그 예치금은 본인이 설정한 목표와 관계된 곳에 기부가 된다.]는 설정의 앱이었다.생각해보면 딱히 신선한 아이디어도 아니고, 부가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아이디어도 아니다. 단지 내가 필요했다. 예전에도, 지금도 사실 내에게 ‘너 스스로 정한 목표를 향해 달린적이 있어?’ 라고 누군가 물어본..
2018.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