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나 바라보기

2018. 4. 30. 11:18글/느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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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moviespotlightposter.jpg



우연한 기회로 '스포트라이트'를 보게되었다. 2002년 보스톤 천주교 사제단의 아동 성범죄 폭로를 다룬 실화에 기반한 영화였다. 마치 기사를 읽는 듯한 구성과 등장인물 개개인이 아닌 '스포트라이트'팀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에 몰입하게 만드는 연출이 인상 깊었다.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꼽자면 마이클(마크 러팔로)와 개러비디언(스탠리 투치)의 대화였다. 포루투갈계의 마이클과 에스토니아계인 개러비디언, 그리고 외부에서 온 편집장 마티와 같은 외부인이야 말로 닫힌 사회의 병폐를 제대로 보고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었다. 이는 극중 추기경이 자신 역시 한때는 '참견쟁이 외부인'의 취급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사람은 모두 그렇다. 혼자서는 살 수 없기에 사회, 단체, 시스템에 속해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시스템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기에 쉽지 않다.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들이 그렇고, 군대의 병사들이 그렇고, 학교, 회사, 모든 단체의 속해 있는 사람들은 그 시스템의 잘못된점들을 알아채기 힘들거나, 알아채도 관행이라며 무시하기마련이다.


지금은 조금 잠잠해졌지만 미투 운동도 그렇다. 누가봐도 명백히 잘못된 행동들이 그때가 아니라 지금에서야 밝혀진 이유는 가해자도, 피해자, 방관자도 모두 시스템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관행이라며 넘어가고, 피해자와 방관자는 혹시나 시스템의 불이익을 받을까 넘어갔다. 누군가 그 시스템에 처음 저항하는 용기가 있었기에 미투 운동이 시작될 수 있었고, 사회가 더 건강해 질 것이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미투운동에 대한 안타까움 역시 생겼다. 물론 그 당시 미국과 지금 우리나라의 미디어 상황이 많이 다르다. 하지만, 한 사건의 팩트를 위해 발로 뛰며 조사하고, 일회성의 폭로가아닌 사회 병폐를 뿌리뽑기위한 스포트라이트 팀의 모습은 우리나라 미투운동의 보도와는 매우 달랐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폭로와 그 속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인해 사람들은 점차 미투운동에 무뎌지고, 언론은 신뢰를 잃었다. 그로인해 의미가 변질되고 있는 지금의 미투 운동과 그를 다루는 언론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사회뿐만 아니라 개인 역시 외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나를 더 잘 알기 위해서 나에게 한발 떨어져있어야 한다. 내가 아무리 셀카를 찍어봐야 결국 내 마음에 드는 사진만 남게된다. 보기 싫은 것들은 하나, 둘 지워질 것이다. 물론 온전히 다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는 것은 매우 낯설다. 가끔 전화 너머로 들리는 내 목소리는 소름끼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피하기만 한다면 나는 결코 나를 알수 없을 것이다.


한발 물러나 나를 바라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누군가는 사랑으로, 누군가는 증오로, 누군가는 시기로, 누군가는 걱정으로 나에게 수많은 말들을 해주었고, 해줄것이다. 그중에 듣기 싫은 말이라고 흘리지 말고, 한발 물러나 그 말 속에 있는 나를 찾아보자. 하지만 애정을 담아 나를 찾아보자 내 안의 썩은 부분을 찾아낼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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