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어 흑+말

2018. 7. 16. 18:52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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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야기-

 

갑자기 지하철이 멈췄다. 조명도 들어오지 않아 암흑이 찾아왔다. 주머니 속 핸드폰을 찾아 켜보았지만, 낮에 화장실 변기에 빠트린 이후로 핸드폰은 켜지지 않았다. 어쩐지 오늘 하루는 참 재수 없는 날이 될 것 같더라니. 이런일이 다 생긴다.

10분정도가 지났을까? 저 멀리 희미한 빛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빛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어느 정도 다가가자 커다란 개가 나를 향해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놀라 비명과 함께 뒤로 넘어졌다. 큰 개 뒤에 누군가도 놀랐는지 지하철이 들썩거렸다.

한시간 정도가 더 흘렀을까? 드디어 지하철에 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LCD 안내판은 여전히 다음 정거장을 가르키고 있기만 할뿐, 움직이지 않았다. 인천 지하철 2호선이 무인선이라고 동네방네 자랑했었는데, 재수가 없으려니 선로 한 가운데 막차에 갖히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나와 반대쪽에는 한 여자가 앉아 떨고 있었다. 그 앞에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그녀를 지키려는 듯 늠름하게 서 있었다. ‘아까 그 개가 저 개였구나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큰일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저 여자의 핸드폰을 뺏어야 한다.

 

-그녀의 이야기-

 

지하철이 쿵하는 소리와 함께 멈췄다. 그리고 순돌이의 당황한 듯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발소리가 점차 다가왔다. “누구세요애타가 불러보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무서웠다. 일단 일어서야 했다. 지하철의 구석으로 자리를 잡고 순돌이를 안은채 떨고 있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덜컹거리는 소리와 거친 남자의 숨소리가 들렸다. 너무 무서워 무언가를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떨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낼 수 있다면 경찰에 신고라도 할 수 있을텐데 그 남자가 내는 괴물 같은 소리에 손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 발걸음 소리가 점점 다가왔다. 나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순돌이가 갑자기 앞으로 달려나갔다.

 

다음날 아침 지하철 안은 역시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 중 한남자의 핸드폰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어젯밤 인철 지하철 2호선 막차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김모씨를 물어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지하철은 고 장으로 멈춰있었습니다. 경찰은 청각장애인이던 김씨가 시각장애인 최씨에게 접근하자 놀란 최씨의 비명에 안내견이 반응하여 벌어진 일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김씨는 최씨에게 접근한 이유에 대해 핸드폰을 빌려 안심하라고, 떨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말을 전해주려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김씨가 회복되는 즉시 수사를 재개하고, 안내견에 대한 처분도 고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지하철 당직 직원은 근무지를 잠시 이탈하여 사우나에 갔있었다고 합니다. 안일한 직업윤리와 서로 말을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만든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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